*호미곶온천랜드 마라톤 코스를 달리다*


새벽 4시 50분 호미곶온천랜드에 도착하여 자판기커피 한잔을 뽑아 마시곤

5시 정각에 혼자 호미곶온천랜드 마라톤코스 임도를 따라 출발한다. 바깥온도는

영하 2도이지만 보온 준비를 철저히 한 탓인지 춥기는커녕 따뜻하게 느껴지며

20여분이 지나니 이마와 등 어리에 땀이 촉촉이 베인다. 바람이 세차게 불리라

생각하였지만 태풍전야처럼 고요하며 서산에 걸친 보름달이 훤하게 나를 인도하여준다. 둥근 보름달을 가슴에 안고 달리다가, 때론 옆구리에 찼다가, 나중엔 등에 짊어지고 달린다. 언제 내린 눈인지 몰라도 응달진 곳엔 잔설이 얼어붙어 미끄러웠으나.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트래킹화를 신고 왔기에 달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지금 이 시각 이 장소엔 깨어있는 생물체는 나 혼자뿐이라 생각하였건만 또 하나의

동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불빛에 놀랐는지 고라니 한 마리가 후다닥 달아난다.

가만히 있어도 해코지 아니 할 텐데 하며 혼자 중얼거려 본다. 저 멀리 환호동의 야경과 신항만의 불빛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다가온다. 공기가 상큼하고 머리위엔

주먹마한 별들이 수없이 박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다. 뒤를 돌아보니 보름달은 나뭇가지에 걸려 꼼짝을 못하고 있는 것 같기에 힘이 있으면 내려 주고 싶건만 나 또한 지쳐가고 있기에 못 본체 한다.


왼쪽 무릎이 이따금 통증이 오기에 천천히 달려본다. 오르막 내리막을 걷지 아니하고 달리건만 걷는 거나 진배없었다. 무릎보호대를 찼건만 아프기에 잠시잠시 무릎 마사지를 하곤 간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니 조금은 좋아지는 듯하였다. 간밤에 싸락눈이 내렸는지 불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곳도 보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늘이 맑은데 어떻게 싸락눈이 내렸을까?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하면서

천천히 달리니 벌써 먼동이 터지만 수평선 위에는 구름이 쌓여 일출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호미곶 입구 17.5km 까지 2시간 반 왕복 5섯 시간을 예상하였는데 반환점을 도는 순간 벌써8시가 가까워진다. 30분을 훌쩍 넘겨 버리는 순간이다.


점멸등을 끄고 간식을 먹은 뒤엔 아침 햇살에 힘을 받아 걷지 아니하고 달린다.

돌아갈 땐 코스가 아무리해도 올 때 보다 조금은 쉬운 듯하다. 구름사이로 솟아오른 햇살은 도타웠으며 양지바른 곳에서 해바라기라도 했으면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가야할 길이 멀기에 달리고 달리건만 마치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쉬지 아니하고 달린다. 간밤에 불빛에 반짝 거린 곳이 싸락눈이 내린 곳이 맞았다. 마치 배추밭에 비료를 뿌려 놓은 듯 작은 알갱이들이 햇빛에 반짝거리니 보기가 아름답다. 산불 감시원 차량인 듯 봉고 한 대가 지나간다. 부탁하여 타고 싶은 마음도 생겼으나 이내 억제하고 호미곶온천장에 도착하니 10시 50분을 가리킨다. 예상시간보다 50분이 초과되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온천욕을 즐기고 달콤한 휴식을 취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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